본문 바로가기

리뷰N/영화

영화 ::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데이비드 린치

728x90
반응형
SMALL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데이비드 린치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은 한 번 보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영역에 서 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내용이나 주제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후 여러 해설과 분석을 참고하여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되었다.

인과관계가 뚜렷한 스토리 전개에 익숙해 있던 내게 이 작품은 그 자체로 경계 너머의 경험을 선사했다.

데이비드 린치가 전작 블루 벨벳(1986)에서 펼친 충격을 이 영화는 더욱 극대화했고, 그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독창적인 시각을 추구하는 예술가임을 분명히 깨닫게 했다.

 

 

 

 

환상과 자아의 재구성

린치는 관객의 상상과 기대를 조각하고 재조립하는데 탁월하다.

다이안의 환상은 그녀가 자신의 상처와 좌절을 봉합하려는 시도로, 그녀의 이상이 담긴 꿈이자 도피처로서 기능한다.

다이안은 성공한 배우로 존경받는 모습을 꿈꾸지만, 현실 속의 그녀는 마약과 억눌린 욕망으로 휘청거리는 인물이다.

다이안이 재조합한 환상은 블루 벨렛의 오프닝과 엔딩에서 나타나는 평온한 일상의 이미지와 유사한데, 이는 일상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 숨겨진 무의식적인 욕망을 린치가 다시 한 번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가 후반부에 이르기 전까지, 이 장르적 속임수는 관객이 환상에 속아 넘어가도록 유도하며, 이후 다가올 충격적인 현실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현실과 그 불편한 진실

린치는 영화 후반부에서 냉혹한 현실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다이안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 청부하고, 자신의 파멸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꿈과 희망의 달콤한 장막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코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지 않으며, 이는 다이안의 불행한 현실과 겹친다.

블루 벨벳에서 "이상한 세상"이라 언급된 것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과 타락의 이중성은 꿈을 희화화하여 현실을 비웃는다.

카우보이 캐릭터는 어쩌면 조물주적 존재로서 환상에 가득 찬 인간을 내려다보고 조롱하는 듯 하다.

 

 

 

 

현실을 직시하는 새로운 영화적 시선

영화는 흔히 관객이 바라던 꿈을 이야기해 왔다.

E.T.(1982)에서는 외계인과 소년의 우정을, 타이타닉(1997)에서는 재앙 속 사랑을,

러브레터(1995)에서는 아련한 첫사랑을 다룬다.

그러나 데이비드 린치는 이와 같은 정통적 꿈의 프레임을 벗어나 현실을 냉혹하게 직시함으로써 독창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그의 영화는 환상을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거울이다.

 

린치는 끊임없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가 환상을 심어주는 기계가 아닌,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눈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의 영화가 주는 불편함과 경외감은 이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리가 영화 속에서 길을 잃고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그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728x90
반응형
LIST